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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략 채비가 끝났을 때 감방장이 태평스런 얼굴로 바지를 덧글 0 | 조회 599 | 2021-06-03 00:52:26
최동민  
그렇게 대략 채비가 끝났을 때 감방장이 태평스런 얼굴로 바지를 추스르며 들어왔다. 그런 그를 보고 김광하씨가 정색을 한 채 말했다.그리고 갑자기 그 애는 내게 매달렸다.“남은 굴신을 못하겠는데 교육이 뭐꼬? 고마 절로저리로 가소.”“너라두 나머지를 돌아보아라. 만약 나온 게 있거든 이리로 연락해라.”박상병은 아직도 문제의 전문을 손에 들고 있었다.그럼 저 아이에게 가르침을 전하지 못할 만큼 사람답지 못한데가 있단 말씀이오?“이게 마지막 만남이죠. 나는 그걸 꾸며줄, 오래 기억할 만한 작별의 의식을 원했을 뿐이에요. 이제 우리 어디서 만나더라도 허심한 목례로 지나쳐 갈 용기를 가지세요.”그날의 숙영까지는 두 번의 이동이 더 있었다. 우군의 재반격이 순조로운 탓이었다. 그러나 숙영지와 정규가설을 끝내고 지쳐 젖은 솜처럼 무거운 몸으로 돌아온 이중위에게는 또 다른 성가신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선감시조가 야전선을 걷어 가던 마을 아이들을 잡아 혼을 내준 것이 말썽이 된 것이다.“전쟁이란 피로한 것이로구나.”김광하씨는 십개월을 구형받았다. 여러가지를 들먹였지만 결국문제가 된 것은 공무원에게 베푼 향응이었다. 본인은 그 일과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 공무원의 업무 속에 그 일이 포함된 이상 그 주장을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향응의 내역이란 것이 겨우 오천원 상당의 주식이라는 데는 어딘가 억지스러워 뵈는 데가 있었다.“그것도 괜찮은 일이지.”“저가 순 지어낸 말입니다. 게릴라가 도망친 후에 내가 달려갔는데, 아이쿠”서화는 심화니라. 물을 빌어 내 마음을 그리는 것은 즉 반드시 물의 실상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처음 한동안 그가 썼던 지필은 후년에 이르러 회상할 때 조차도 가슴에 썰렁한 바람이 일게 하는 것들이었다. 작은 글씨는 스스로 만든 사판이나 분판에 선생의 문인들이 쓰다 버린 몽당붓을 주워서 익혔고 큰 글씨는 남의 상석에 개꼬리빗자루로 쓴 후 물로 씻어내리곤 했다. 그가 맨처음 자신의 붓과 종이를 가져본 것은 선생 몰래 붓방과 지물포에 갈비솔잎
“그래, 잘 처먹었다. 네놈의 들 밖에서 멋대로 다니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본시 내가 맡은 것은 저 아이의 의식뿐이었소. 나는 저 아이가 신학문이나 익혀 제 앞을 가리기를 바랐는데.“이 깨철이 다른 건 몰라도 언제 너희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지금 네 몸은 달아 있을 대로 달아 있어.”그리고는 다시 술 한 잔을 앵긴 뒤 핸드백을 찰칵 열더니 착착 접은 보자기 같은 것을 꺼냈다. 얇고 질긴 비닐로 만들어진, 보자기보다는 거의 모포만한 깔개였다. 몸뚱아리 외에 필요한 유일한 밑천이요, 낙타부대의 기본장비인 셈이었다.뒤에 강병장을 통해 들었지마는 그는 산촌에서 전답 몇 마지기에 벌 몇 통을 치는 홀어머니의 외아들이었다.결국 강병장의 일은 단식 열흘 만에 대대장에게 보고되었고 놀라 달려온 대대장에게 눈만 번쩍이는 강병장이 내놓은 것은 그 열흘 동안 수십 번을 검토한 것임에 틀림이 없는 “군인복무규율” 한 권이었다.그렇다면 실로 놀라운 일이오. 천품을 타고났소.그 다음 농민들과의 계약은 비록 몇천 원 자리지만 법률상의 하자가 없도록 완벽한 서류로 작성했소. 그들의 지려천박을 이용했거나 사술을 썼다는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서였소.“그들 형제의 죄명은 무력과 빈곤이었소.”그 서슬에 영남과 나는 물론 상철이 녀석도 잠시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막돼먹은 골목에서 창녀들과 시비를 해본 적도 있지만 우리가 그처럼 호된 꼴을 당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연대본부가 어디요?”아시는 대로 전화주셔야 해요.무엇인가 빠르고 강한 빛줄기 같은 것이 스쳐간 느낌에 고죽은 눈을 떴다. 얼마 전에 가까운 교회당의 새벽 종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어느새 아침이었다. 동쪽으로 난 장지 가득 햇살이 비쳐 드러난 문살이 그날따라 유난히 새카맸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려는데 그 작은 움직임이 방 안의 공기를 휘저은 탓일까, 엷은 묵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고매원인가, 아니, 용상봉무일 것이다. 연전에 몇 번 서실을 드나든 인연을 소중히 여겨 스스로 문외제자를 자처하는 박교수가 지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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